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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병, 정신분열병에 눈감으면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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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한쪽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위하여 환자의 동의 없는 소위 강제입원의 요건을 엄청나게 강화시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한쪽에서는 정신질환으로 몇 차례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환자의 인권도 중요하고, 무고한 사람의 생명은 더욱 중요한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걱정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이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17일 서울 강남역 부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때문에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번 사건은 정신분열병 환자의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등에 가하는 폭력을 막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의 고갱이는 정신분열병입니다.
    
정신분열병은 요즘 ‘조현병(調絃病)’이라고도 불리는 병입니다. 이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도 했지만, 증세가 아니라 병이라는 취지에서 정신분열병이라고 했다가, 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키려고 조현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이름을 붙여서 부정적 의미를 누그러뜨리려는 지식인들의 시도에는 동의하기 힘드네요. 정신분열병은 ‘Schizophrenia’에서 온 말입니다. 가슴과 배를 가르는 ‘가로막(Phrenia)’과 ‘분열(Schizo)’의 합성어로 ‘분열된 마음’이란 뜻이지요. 조현병보다는 ‘정신분열병’의 뜻이 훨씬 명확한 듯합니다.
    
오늘은 정신분열병을 극복한, 위대한 수학자 존 내쉬의 첫 번째 기일입니다. 내쉬는 “그가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는 문장으로 표현되는 ‘내쉬 균형’으로 유명합니다. 그때까지 주류 경제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 덕분에 개인의 이익은 합리적으로 조정된다고 봤지만, 내쉬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한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서로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주장해서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진화생물학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쉬는 수학 천재입니다. 카네기 공대의 리처드 더핀 교수가 제자의 프리스턴 대학원 입학 추천서에 한 줄만 적었다는 일화가 유명하지요. “이 사람은 수학 천재입니다.” 이 천재는 세계적인 논문을 발표했지만, 정신분열병에 시달리다가 논문 발표 44년 뒤에 비로소 노벨경제학상을 받습니다. 내쉬는 1년 전 오늘 ‘노벨 수학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을 받고 귀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사고를 당해 평생의 지적 동반자였던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납니다.
    
러셀 크로 주연의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내쉬가 정신분열병과 싸우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명화로 정신분열병의 실상을 제대로 짚은 최초의 영화라고 평가받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정신분열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제대로 치료받으면 극복 가능한 병’임을 보여줬습니다. 요즘은 치료가 더 잘 되지만, 오랫동안 꾸준하고 조심스럽게 치료해야 하는 병입니다.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가 이 병에 대해 눈을 감고, 환자를 방치했을 때 피해는 우리에게 온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이 사건의 여진 속에서 내쉬의 기일을 맞아 정신분열병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기를 빕니다. 정신분열병은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흔한 병이지만, 쉬쉬 덮기 급급한 병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정신분열병, 똑바로 쳐다보고, 고통스럽지만 껴안고, 끈질기고 철저하게 풀어야 할 병입니다.  

존 내쉬 균형이론 영상 보기 


정신분열병의 대표적 초기 증세

정신분열병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무척 흔한 병입니다. 다행히 초기에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나 가족, 주위 사람이 아래 사항으로 고생하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밤에 잠들기가 힘들다.
·주의집중이 힘들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
·이전에 비해 건망증이 심해진다.
·종일 신경이 날카롭거나 걱정거리가 떠나지 않는다.
·환청이나 환시가 있다. 환청이 훨씬 많다.
·이전에는 편안하게 느껴지던 사람 장소 사물이 낯설거나 두렵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소외됐다는 느낌에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지낸다.
·잘 씻지 않고 옷차림에 신경을 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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