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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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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금사월', 어쩌다 이 지경까지…막장 넘어 '패악'
‘내 딸, 금사월’의 복수스토리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막장을 위한 막장만이 남았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에서는 강만후(손창민) 회장을 향한 복수를 하나씩 실행해가는 신득예(전인화)의 모습이 그려졌다. 득예는 금사월(백진희)과 강찬빈(윤현민)의 결혼식에서 해더 신의 정체가 자신임을 공개함과 동시에 사월이 자신의 딸임을 밝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또 강만후의 악행을 폭로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이 모두 복수를 위한 것이었음을 당당하게 털어놨다.
이날의 방송은 자극적인 전개의 정점를 찍었다. 자신의 친딸과 자신이 키워온 남편의 혼외아들을 결혼시키려던 앞선 전개 역시 비상식적이었지만, 이마저도 딸의 행복이 아닌 자신의 복수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함정일 뿐이었던 것. 심지어 갑작스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월에게 “강만후가 우리 집안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알아야한다. 그 빚을 다 갚아줘야 한다. 그게 네가 이 세상에 나온 이유”라는 경악스러운 말을 전하기까지 했다. 해당 대사에 따르면 드라마 제목에 나와 있는 ‘내 딸’이라는 의미의 실체는 매우 섬뜩하다. 이 드라마가 ‘친절한 득예씨’였다면 몰라도, 혼외자식으로 낳아 보육원에서 자라게 한 자신의 친딸에게 집안을 위한 복수의 도구이길 강제하는 것은 확실히 패악에 가깝다.
애초에 ‘금사월’이 막장 드라마인 것을 모르고 봐온 시청자들은 없다. 지금까지의 전개 역시 자극적인 스토리로 그 노선 역시 분명히 해왔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악행은 충분히 극단적이었고, 실소가 나올 정도로 황당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득예의 삶은 공감과 이해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 득예의 복수는 방향성을 잃었다. 자신을 믿고 따랐던 친구와 친딸까지 불행을 느끼게 만들며,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은 이미 변질됐다.
변질된 것은 득예의 다짐만이 아니다. 연출을 맡은 백호민 PD는 드라마에 대해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는 모녀의 관계를 극단적이기 보다 따뜻하게 그려나갈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작품의 주제 역시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드라마’라고 명백히 명시돼 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금사월’은 ‘극단적인 가정의 해체’에 중점을 둔 듯 보인다. 마지막 방송까지 남은 7회분 안에서 득예의 복수, 만후의 타락을 거쳐 잠깐 동안 만나보게 될 사월과 득예의 화해와 꿈의 가정을 극의 포인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난해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패악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사회악 드라마로 손꼽히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불복 소송을 낸 MBC에 재판부는 “지상파 방송사는 가족 시청 시간대에 가족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할 책임이 있다”며 “이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막장도 장르라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한지 오래다. 결국 막장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아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말 막장을 욕하면서 보는 독특한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야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막장’이 도를 지나쳐 ‘패악’이 되지 않도록 제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