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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과반 저지에, 31석에서 최대 43석까지 예상되는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박수도 안치고 표정도 굳어있는 모습. 의아하지 않으셨나요? 마치 "더민주 101~120석, 새누리 과반저지" 예측이 본인이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다는 듯이 말이죠..


전 이번 총선 결과, 오히려 안철수가 뒷통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총선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다, 국민의당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도 그곳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고요. 또 안철수의 연대 불가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다, 는 의견들도 속속 보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기에 글을 써봅니다. 전 이번 총선 결과 보고 새누리나 청와대 못지 않게 당황한 게 아마 안철수일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일단 안철수는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거의 싹슬이할 것은 이미 예상했을 겁니다. 그건 자신의 계획에서 전혀 변수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안철수에겐 무엇이 가장 중요한 변수였을까요? 당연히 더민주당의 총선 참패, 몰락 여부였을 겁니다. 총선 과정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통합도, 연대도, 단일화도 없다는 국민의당의 일방적 통행. 야권분열로 인한 1여다야 구도는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끝까지 연대불가를 고수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안철수의 그러한 선택은 기존에 새누리를 지지했던 합리적 보수층을 흡수하면서도, 분열된 구도에서 위기감을 느꼈던 더민주를 비롯한 야권 지지자들까지 오히려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야권 분열은 필패로 이어진다는 그간의 선거 법칙과,  그러므로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다, 라는 기존의 예측들이 모두 엇나가게 되었죠. 때문에 더민주 지지자들 내에서도 안철수가 결국 현명한 판단을 한 것 같다는 재평가적 분석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안철수가 남들과 달리 이러한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판을 짠 것 일까요? '야권분열은 선거 결과, 오히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당 모두에게 호재가 될 것이다'라는 남들과는 다른 큰 그림을 갖고 있었던 걸까요?


전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안철수의 이번 총선 목표는 누가봐도 더민주의 몰락이었습니다. 안철수는 이번 총선 내내 '야당을 심판, 교체하자'고 외쳤고, 모든 공격 포인트를 새누리보다도 같은 야당인 더민주에게 더 잦게, 그리고 더 과격하게 조준했습니다. 심지어 새누리가 10점짜리 정당이면, 더민주는 10점 짜리도 안된다고 발언하기도 하였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권 분열이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보지 않냐는 질문에 안철수는 늘 일관되게 "새누리가 200석을 초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었습니다.


이 말은 무엇일까요? 애시당초 안철수에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 과반 저지는 목표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모두가 새누리 과반 달성을 걱정하고,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수인 180석 저지를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잡을 때 안철수는 혼자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새누리의 200석 저지는 막아줄 것이다'는 얘기를 하고 태평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즉 안철수가 연대 거부론을 내세우며 새누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일여다야 구도'를 전국적으로 연출하고, 매일매일 같은 야당인 더민주를 향해 맹공을 퍼부은 것은, 이번 총선에서 설사 새누리당에게 과반, 혹은 최대 180석까지 내주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일단 더민주만 죽이면 된다는 거였다는 겁니다. 만약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더라면, 수도권에서 야권 연대를 했을 거라고 전 봅니다.


하지만 선거날이 다가올 수록 호남을 석권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비례대표까지 최대 40석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죠. 최소 30석은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니, 아무리 망해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했다는 겁니다.


즉, 적어도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실패한 성적표를 얻을 가능성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더민주가 수도권 대부분의 접전 지역에서 새누리에게 참패한다? 안철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었을 까요? 


안철수는 새누리보다도 더민주를 눈엣 가시처럼 여긴 사람입니다. 여당도 잘못됐지만, 근본적으로 그런 여당을 막아내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막아내지 못할 더민주가 '더' 나쁘고, 그러므로 이런 무능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야당의 권력 교체를 이뤄내고 싶어하던 사람입니다.


때문에 이번 총선이 안철수에겐 더민주를 몰락시키고 야권 권력을 재편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기회였을 거란 말이죠. 만약 새누리가 150~170석을 얻고, 더민주가 100석에도 못미치는 70~80석을 얻고 자신들이 35~40석을 얻었다고 한다면, 물론 의석수만으로는 원내에선 제 3당의 위치이지만, 모든 주도권은 국민의당에게로 넘어갑니다.


일단 새누리가 국민의당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낼테고, 따라서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포지셔닝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와 함께 움직이며 캐스팅보터 역할을 막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됐을 겁니다. 국민의당이 35~40석만 가지고도 사실상 제1 야당 위치를 점하는 거죠.


반면 더민주는 20대 국회에서 그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양당의 도움없이는 더민주 자체의 힘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국민의당보다 의석수를 더 가지고도 졸지에 걍 찬밥 쩌리가 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안철수는 또 무엇까지 보너스로 얻게 될까요? 예상하듯이, 문재인의 완전한 정계 은퇴입니다. 즉, 안철수로선 호남을 기반으로 35석 이상의 의석수를 얻어 원내교섭에 진출하고 수도권에서는 야권표를 분산시켜 더민주를 100석 아래로 최대한 몰락시켜 투명정당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문재인을 정계 은퇴시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을 겁니다. 안철수가 생각한 최상의 시나리오였겠죠.


그럼 또 이런 분들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야권연대해서 더민주를 140~150 만들어주고 지들도 35~40석 얻어서 캐스팅보터 역할하면 되는 거 아니야?" "새누리보다 더민주랑 협력하는 게 더 나은 거 아니야?"


네, 안철수로선 아닙니다. 일단 첫번째로, 야권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철수는 야권 성향의 인물도 아니고, 그간 행보와 발언을 보면 더민주를 결코 파트너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안철수가 친새누리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곤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안철수 본심 기저에는 새누리나 나쁘다면, 더민주는 같이 나쁜데다 무능하기까지 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주구장창 "야권심판"이란 헛소리를 전국적으로 하고 다닌 것이고, 더민주에게 쏠려있는 야권의 권력 지형을 자신 쪽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안철수가 이번 총선을 통해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은 제 1야당의 상징성일 겁니다. 처음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당시만해도 안철수는 100석까지 달성하여 제1야당을 교체하겠다고 얘기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목표가 여의치 않다는 한계점이 많이 노출됐고, 따라서 목표를 낮춘 것이 호남과 비례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야당을 재편해야한다' '더민주에게 몰려있는 야당의 권력 지향을 자신에게로 옮겨와야 한다'는 목표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그럼 최후의 방법이 무엇이었을까요? 자신들이 100석 이상을 확보하여 제1야당에 오르지 못한다면, 적어도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 참패하도록 해야겠죠. 그래야 상대적으로 성과를 낸,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주도할 수 있는 자신들이 언론과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사실상 제1야당'으로 '인식'될테니까요.


때문에 안철수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 더민주를 몰락시켜서 더민주와 문재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150~170석이 예상되는 새누리를 대상으로 원내교섭단체가 되어 막강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행사하며 사실상 제1야당의 인식을 누리 것. 이것이 최대 목표였을 겁니다. 하지만 안철수의 예상과는 달리 일여다야 구도 속에서 자신의 국민의당이 기존에는 새누리를 지지했던 일부 보수층을 일정 부분 끌어와 야권표뿐 아니라 여권표층도 갈라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분열된 구도 속에서 위기감을 느낀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지지 정당과 상관 없이 소위 '될만한 후보'에게 자신의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가 대거 이루어지면서 모두의 예측을 깨고 더민주는 수도권을 석권하다시피 했습니다. 또 부산,경남 등에서 지지 세력을 오히려 더 확장하면서 호남에서 잃은 의석을 어느정도 상쇄시켰고, 결과적으로 더민주가 원내 제 1당이 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접근해서 결국 안철수의 연대불가 방침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냐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안철수가 보여줬던 일련의 행보와 워딩들, 그리고 모든 판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이번 총선 결과는 안철수가 의도한 결과가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계산적으로 분열구도를 만들고, 일여다야 구도를 만든 것이 결코 아닐 거라는 거죠. 안철수는 이제와서 "내가 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식이지만, 걍 얻어 걸린 현 상황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정치적으로 워딩하고 있을뿐입니다.


뭐 "더민주 망하라고 일부러 연대 안하고 분열 시켜놨는데 나도 놀랐다. 유권자들이 이렇게 전략적 투표를 해줄 줄 몰랐다."라고 할 순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안철수도 표정 관리 겁나 하고 있지만, 지금 더민주 성과에 적잖이 놀랐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결과에 매우 실망하고 있을 겁니다. 분명히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처참하게 망하고 100석 미만으로 떨어질 거라고 봤을 거란 말이죠. 


근데 100석을 넘는 것도 모자라 123석을 얻고 원내 제 1당이 됐습니다. 그리고 국민의당으로선 어쩌면 최악의 결과일 겁니다. 어차피 본인들 38석 당선된 거야 이미 변수조차 아닌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그 38석의 의석수가 파괴력을 얻기 위해선 제1야당이었던 더민주가 참패하고 새누리당이 과반정도의 의석수를 달성했어야 겠죠. 아니면 더민주가 100석 이상을 얻어 참패까진 아니더라도, 새누리가 140석만 넘어줬다면 국민의당으로선 꽤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새누리 122석입니다. 새누리 출신 무소속 다 끌어모아도 129명입니다. 이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뭘 할 수 있을까요. 새누리가 최소 142석정도를 얻었다면 국민의당의 협력을 얻기 위해 무진장 애썼을 거고, 국민의당도 20대 국회에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겠지만 지금 새누리로선 국민의당이 51석이 아닌 이상 아무 소용없는 캐스팅보트죠.ㅋㅋ...


국민의당 끌어와도 129+38 = 167석입니다. 즉, 아무것도 못합니다.말만 캐스팅보트죠. 13석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결정권을 쥐는 캐스팅보트는 더민주인 셈입니다..ㅋㅋ 그래서 한편으로 지금 '국회선진화법'을 가장 개정하고 싶어할 쪽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안철수일거라고 전 봅니다.ㅋㅋ 본인으로선 그놈의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지금 본인들 말로는 뭐 원내교섭 되었고, 캐스팅보터 역할이 주어졌다며 한껏 고무된 척 하며 본인들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식으로 성과 과시하지만, 제가 보기엔 다 쇼입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아주 강박적으로 본인들 스스로를 '사실상' 제1야당이라고 지칭하는데,,  콤플렉스의 발현이라고 봅니다. 앞서말했듯 본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노린 것이 더민주를 몰락시킨 후, 원내에서 막강한 캐스팅보트 권한을 쥐어서 '사실상 제1야당'이 되는 것이었는데, 본인들 표현대로라면 '사실상' 못했거든요.ㅋ 그러니까 본인들 입으로라도 계속 강박적으로 내뱉고 주입시키려는 겁니다. 언론이나 시민, 그 어느 곳에서도 국민의당을 사실상 제1야당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ㅋㅋ


만약 더민주가 참패하고, 국민의당에게 그런 막강한 캐스팅보트 역할이 주어졌다면 굳이 지들이 '사실상 제1야당'이라고 구차하게 떠들지 않아도, 알아서 인식이 그렇게 흘러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될게 자명하니까 본인들이 없어 보이게 떠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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