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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를 읽다가 '슴베'라는 말을 알았습니다. 


칼이나 호미, 혹은 낫 따위의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을 말한답니다.



슴베는, 그것을 제어해주는 손잡이가 있어야만 역할을 손쉽고도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습니다. 


슴베를 맨손으로 잡는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힘이 들겠습니까. 


보이지는 않지만, 손잡이 안의 딱 맞은 홈이 슴베를 꽉 조여주어야만 가능합니다. 


나 혼자 잘났다고 날카로운 날을 휘두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고 서툴러서 헛것에 힘을 쓰기도 합니다. 


뒤에서 조용히 방향을 잡아주는 손, 길이 아닌 곳은 들지 않게 하는 힘이 있어서 나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한 조력자들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 오만을 내려놓고 잠시 그들을 생각하는 시간, 나도 누군가의 뒤에서 그를 조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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